학습양식과 교수양식의 만남

교육의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보내도, 그 배움이 실제 삶에 닿지 않거나 학습자의 성장과 무관하다면 시간만 보낸 것에 불과합니다. 특히 모든 학생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획일적인 수업은 학습자 각자가 가진 고유한 관심사와 개성을 오히려 짓눌러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교육은 학습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고, 그들이 배움 안에서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수업의 깊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 핵심이 바로 학습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고유한 방식인 ‘학습양식’과 이를 이끌어가는 교사의 ‘교수양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는 것입니다.

1. 학습양식의 다각적 정의와 본질

학습양식(Learning Style)이란 학습자가 학습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지를 결정하는,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입니다. 지능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고 조직하는 방식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어떤 학생은 강의를 들을 때 잘 이해하고, 어떤 학생은 직접 해봐야 이해가 되는 것처럼요.
학자별 관점을 보면, 올포트(Allport)는 학습양식을 개인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의 문제로 바라봤고, 캔필드(Canfield)는 교사나 동료와의 관계, 평가 조건 같은 환경적 요인들이 학습양식을 결정짓는다고 보았습니다. 던(Dunn)은 더 나아가 소리나 빛 같은 물리적 환경 요인부터 책임감 같은 정서적 요인, 신체적·심리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인 변수들이 학습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학자마다 강조점이 다르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인지양식과의 차이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양식이 정신적 기능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면, 학습양식은 실제 학습 상황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행동과 전략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학습자가 어떤 환경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지를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2. 휘서(Fischer)의 8가지 학습유형 분석

휘서는 학습자를 8가지 유형으로 세밀하게 나누고, 유형마다 다른 교수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분류를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내가 어떤 유형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1) 증가적 학습자

벽돌을 한 장씩 쌓아가듯 작은 사실들을 단계적으로 이어붙여 전체를 이해하는 유형입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학습이 잘 맞습니다.

2) 직관적 학습자

논리적인 순서보다는 비체계적인 경험이나 갑작스러운 통찰을 통해 의미를 한꺼번에 파악하는 스타일입니다.

3) 감각적 학습자

교실의 정서적 분위기나 교사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동감 있는 환경에서 능력을 잘 발휘합니다.
정서중립적 학습자는 반대로 감정적 자극이 없는 조용하고 중립적인 분위기를 선호합니다.

4) 구조적 학습자

명확한 목표와 규칙이 잡혀있는 안정된 틀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공부합니다.

5) 개방적 학습자

미리 계획되지 않은 탐구나 새로운 자극을 즐기고,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6) 손상된 학습자

과거의 실패나 상처로 자아개념이 많이 낮아진 상태로, 체계적인 학습 자체를 거부하거나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유형을 보면서, 학습 문제가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7) 절충적 학습자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상황에 맞는 학습양식을 스스로 골라 활용할 줄 아는 유형입니다.

3. 교수양식의 유형과 학습 성취의 관계

교수양식은 교사가 수업 중에 일관되게 드러내는 고유한 행동 방식으로, 교사가 가진 신념과 전문성, 그리고 인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결과입니다.
그라샤와 리취만의 사회적 유형은 학습자가 수업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독립적, 의존적, 협동적, 경쟁적, 참가적, 회피적 유형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협동적 학습자는 동료와 함께 지식을 나누는 것을 즐기지만, 회피적 학습자는 수업 자체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계획적인 강의를 불편하게 여깁니다. 같은 교실 안에 이렇게 다양한 유형이 함께 앉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교수양식의 구분과 관련해서는, 휘서가 과업중심형과 학습자중심형으로 나눈 것이 대표적입니다. 코즈마(Kozma)는 전문 지식 전달에 무게를 두는 내용중심형과 학생과의 인간적 교류를 중시하는 인격중심형으로 구분했습니다. 인격중심 교사는 유동적인 좌석 배치와 소집단 활동을 선호하고 형성적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유형이 더 낫다기보다, 학습자에 따라 어떤 방식이 더 잘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겠죠.

글을 마치며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좋은 수업이 교사의 강의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손상된 학습자’처럼 내면에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도 있고, ‘개방적 학습자’처럼 정해진 틀 자체를 답답해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사가 자신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교사에게 필요한 진짜 전문성은 자신의 교수 스타일을 학생에게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네트의 연구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양식이 잘 맞을 때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결국 수업의 질은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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